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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방/큐레이터의 일지

선배 전시회 작품 소개글~ 팔았네

mocdori 2014. 4. 18. 17:28

 

4월 초에 갑자기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개인전을 한다고 한다. 축하할 일이지.

헌데

여러 차례 전시를 했지만 본인보다 누군가에게 작품평을 좀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나 한테 전화를 하셨다.

 

약간 부담스런 부탁이긴 하지만

오랫 동안 선배의 작품을 지켜보았기에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뭐~ 이런 저런 이유로 보답도 해야 될 것 같아 흥쾌히 쓰겠다고 했다.

 

나도 작업을 했었지만

일찍히 작품성, 작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느껴 역사 공부로 전향하고 현재는 큐레이터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선배랑 작업했던 대학 시절이 마음도 편하고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어쨌든

전시 업무도 있지만

글을 파는 것도 큐레이터의업무, 날카롭게 쓰려고 했다.

 

 

 

 

 

 

 

 

 

 

 

 

 

 

 

 

 

 

 

 

 

 

 

분청사기에서 끌어낸 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해석

 

태초 인류의 가장 원초적이고 강렬한 표현은 이었다. 하늘과 대지의 신에게 받치는 인류의 메시지는 을 통해 이뤄졌다. B.C.1만년전 신석기시대인들은 그들의 흔적을 토기에 으로 남겼고, 이후 등장한 청동기시대인들은 청동거울과 방울 속에 그들의 염원을 으로 표현하였다. 고려시대 사람들의 귀족적 감성은 고려청자 속에 으로 녹아들었고, 조선시대에는 우리 산천의 꽃과 풀, 나비와 물고기 등 친근한 자연의 을 분청사기에 담아내었다. 은 그렇게 단순히 줄을 긋다라는 의미에 머물지 않고 당대의 시대상을 무의식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은 어떤 의미일까? 그 해답은 현재에 속한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오늘 만나는 한성수 작가의 작품 속에서 그 단편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화려하거나 도회적인 느낌은 없지만 보는 이의 마음에 그리움’, 혹은 애틋함을 자아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그리움과 애틋함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쁘고 고달픈 일상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삶, ‘쉼과 힐링에 대한 소망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소망을 400여 년 전 사라져 버린 분청사기의 잔상에서 찾아내었다. 우리네 산천의 모습을 여유로운 시선과 필선으로 담아냈던 분청사기, 그 선조들의 감성에서 쉼과 힐링을 찾은 작가는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 보리밭에서는 바람이 일고, 고사리 손 같은 넝쿨은 사박사박 그릇에 펴 있다. 작가의 은 그렇게 자연을 닮아 있다. 무심한 듯 세련된 감각으로 오히려 현대에 걸맞게 표현된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삶의 쉼표를 찍어 준다. 그의 이러한 작품세계가 우리가 주목해야할 이유인 것이다.

 

작업장에서 만난 작가의 허허로운 웃음은 공허하기 보다는 마음에 여유를 주는 따뜻함이었다. 그렇게 웃어 주던 작가의 얼굴이 작품 속에 겹쳐진다.

 

효효~ 인쇄된 걸 지금 보니 너무 현학적으로 쓴 것 같아 얼굴이 화끈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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