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의 방/큐레이터의 일지 (16)
지금, 당신은 행복합니까?
4월에 시작한 두더지체험학교가 드디어 5회를 지났다. 지난번 토기만들기도, 발화시키기도 너무 재미 있었는데 이번엔 가을 추수를 앞두고 곡식을 딸때 사용하는 반월형석도, 즉 반달모양 돌칼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진흙이 돌이된 점판암은 다듬기가 좋은 돌이다. 먼저 크게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반달, 삼각형, 개성있는 모양 등등) 날을 새우기 위해 저렇게 숫돌에 날을 새우기 위해 갈았다. 효효 우리 아들 진짜 열심히네 어디 날도 잘 세우나 볼까? 우리 딸도 열심히네... 돌칼도 갈고, 옆에 친구랑도 놀면서 정말 바쁘당 날도 세우고 모양도 잡은 돌칼은 줄을 끼우기 위해 구멍을 뚫어야 한다. 어떻게? 발화시킬때 처럼 화살같이 뽀족한 돌을 아래에 끼우고 한 포인트를 손으로 비벼가며 마구마구 돌려야 한다. 헐~ 손에..
큐레이터라곤 하지만 석사학위가 없어 동료 큐레이터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아 늘 가슴 한 구석이 움츠려있었다. 물론 그들보다 내가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일도 내가 더 잘 할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일종의 자격증인 석사학위가 없다는 사실은 꼬리표처럼 늘 나를 따라 다녔다. 9년 반..... 일하면서 코스웍을 끝내고 아이도 놓고, 키우고, 그 와중에 공부를 한다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사치라고 보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나 일하는 와중에 공부에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회사원으로, 엄마로 혹 아내로, 며느리로 사는 나의 삶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고나 할까.... 나의 삶이지만 왠지 내가 빠져있는 삶이란 느낌..... 공부는 순수하게 나를 위한 투자라는 욕심... 그래서..
드디어 기다리던 택배가 왔다. 야~~호 일전에 선배 개인전 팜플릿에 글을 몇줄 써 드렸는데 고맙다며 다기 세트를 주신다고 하셨고, 나름 내색하진 않았지만 택배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왔다. 3인 다기세트, 사실 1인용 다기 세트가 올 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풀세트를 받고 보니 기분은 좋은데 괜히 내가 너무 욕심부렸나 죄송한 맘도 들었다. 하옇든 내게 여러 모로 도움을 주시는 한선비 선배~~ 감사해용 이 다기는 장작가마에서 구워졌고 흙의 투박함을 살리기 위해 그릇 밖에는 시유를 하지 않았다. 다만 액체가 그릇에 흡수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그릇 내면에만 시유하였다. 다기의 표면이 원시적인듯하면서도 아주 현대적인 느낌이 미묘하게 살아 있다. 이건... 아마 장작 가마 내에서 불이 춤을 추던..
이번 주말에 교육 프로그램에서 토기 만들기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리 샘플을 만들어야 한다며 담당 선생님이 학예사들을 총 출동시켜 만들라고 시켰다. 학부 졸업이후 근 10년간 그릇을 빚어 보지 못했고... 사실 박물관에서 도자사 혹은 도자기 전공자는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내 재주를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잘 모르는 청동기시대 토기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와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완전히 원시적으로 만들라고 했지만 최소한의 도구 없이 만드는 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ㅋㅋ 혼자 손물레를 독차지 했다. 선생님들 중에는 오늘 처음 토기를 만들어 본다는 분도 계시고, 수업을 받았던 분들도 계셨다. 사실 도자기도 물레에서 설렁 돌리면 될 것 같지만 그 선---을 뽑아 내기 위해..
4월 초에 갑자기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개인전을 한다고 한다. 축하할 일이지. 헌데 여러 차례 전시를 했지만 본인보다 누군가에게 작품평을 좀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나 한테 전화를 하셨다. 약간 부담스런 부탁이긴 하지만 오랫 동안 선배의 작품을 지켜보았기에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뭐~ 이런 저런 이유로 보답도 해야 될 것 같아 흥쾌히 쓰겠다고 했다. 나도 작업을 했었지만 일찍히 작품성, 작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느껴 역사 공부로 전향하고 현재는 큐레이터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선배랑 작업했던 대학 시절이 마음도 편하고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어쨌든 전시 업무도 있지만 글을 파는 것도 큐레이터의업무, 날카롭게 쓰려고 했다. 분청사기에서 끌어낸 線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해석 태초 인류의 가장 ..
2월 3월 칼바람을 맞으며 나주지역 도요지를 헤매었다. 그때 수집한 유물들을 깨끗이 세척하고, 향후에도 쓰레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름도 꼼꼼히 적어 넣었다. 나주 운봉리는 조선시대 나주목 관할의 자기소로 추정되는 곳이다. 지금으로 부터 약 500년전 사기장이 나라에 공납할 자기들을 만든 곳이다. 대체로 500년 전 유적에는 유물이 없어 기대는 하지 않았다. 헌데 이 곳에는 고급 자기를 구운 흔적이 가득 남아 있었다. 티가 날아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했던 갑발이 무수히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쁜 자기편들은 보이질 않았다. 이런 것이 풀어야할 숙제겠지. 이렇게 박물관에 가져 온 사금파리가 좋은 정보를 제공하게 하려면.... 세척하고, 넘버링을 하고, 실측하고 마지막으로 전시와 도록으로 이어진다..